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미국 밸류 투자 진영에는 ‘작은 버크셔’라 불리는 회사가 있습니다. 보험으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구조가 버크셔와 같기 때문입니다. 마켈 그룹(), 그리고 그 투자를 오래 이끌어온 토마스 게이너(Thomas Gayner)입니다. 미국 주식 약 119억 달러(약 17.7조원)인 이 회사의 2026년 1분기 13F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건 진짜 버크셔였습니다.

마켈은 어떤 회사이고, 게이너는 누구인가
먼저 짚을 게 있습니다. 마켈은 헤지펀드가 아니라 상장 보험회사입니다. 게이너는 남의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가 아니라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투자를 이끕니다. 그가 투자를 맡은 건 1990년부터이고, 2005년 공동 CEO를 거쳐 지금은 회사 전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구조가 버크셔와 닮은 이유는 플로트(float) 때문입니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을 나중에 냅니다. 그 사이에 쌓여 있는 돈을 플로트라고 합니다. 회사 입장에선 이자를 거의 물지 않고 오래 굴릴 수 있는 자금인 셈입니다. 버핏이 버크셔를 키운 방식이 바로 이 플로트로 주식을 산 것이고, 마켈이 ‘작은 버크셔’로 불리는 이유도 같습니다. 빌린 돈이 아니라 사업에서 나온 돈이라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게 핵심입니다.
🎯 게이너의 원칙 — ‘우리는 단거리 주자가 아니라 마라토너다.’ 자본을 적게 넣고도 이익을 잘 내는 회사, 정직하고 유능한 경영진, 번 돈을 다시 굴릴 수 있는 사업, 그리고 값이 가치보다 쌀 것. 이 네 가지를 보고 사서 오래 둡니다. 실제로 회전율은 2%대, 평균 보유 기간은 30분기(약 7년 반)에 이릅니다.
Top 10 — 1위가 버크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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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 종목 | 비중 | 성격 |
|---|---|---|---|
| 1 | 버크셔 해서웨이 A () | 6.7% | 보험·복합기업 |
| 2 | 알파벳 () | 6.6% | 검색·클라우드 |
| 3 | 버크셔 해서웨이 B () | 6.2% | 1위와 같은 회사 |
| 4 | 브룩필드 () | 4.4% | 대체투자·인프라 |
| 5 | 디어 () | 4.1% | 농기계 |
| 6 | 아마존 () | 3.5% | 이커머스·클라우드 |
| 7 | 아날로그 디바이시스 () | 2.7% | 아날로그 반도체 |
| 8 | 애플 () | 2.6% | 스마트폰·서비스 |
| 9 | 골드만삭스 () | 2.5% | 투자은행 |
| 10 | 비자 () | 2.5% | 결제 인프라 |
표를 그대로 읽으면 1위가 6.7%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1위와 3위는 같은 회사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식이 A주와 B주 두 종류로 나뉘어 있고, 13F에는 각각 별도로 잡힙니다. 합치면 12.9%로, 2위 알파벳(6.6%)의 두 배에 가까운 압도적 1위입니다.
‘작은 버크셔’라 불리는 회사가 자기 자산의 8분의 1을 진짜 버크셔에 넣어둔 셈입니다. 버핏의 방식을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회사 자체를 가장 크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같은 분기 버크셔를 상위에 담은 리 루·로숑과 나란히 놓은 글이 버크셔 1분기 교차 분석입니다.
나머지 자리도 성격이 분명합니다. 알파벳·아마존·애플 같은 빅테크가 있지만 각각 2~6%대로 담담하고, 브룩필드·디어·골드만삭스·비자처럼 오래된 사업이 오래된 방식으로 돈을 버는 회사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이번 분기 주목할 변화 — 43건 사고 2건 팔았다
| 구분 | 건수 | 종목 |
|---|---|---|
| 비중 확대 | 43건 | CSX, 프랑코네바다(), 얌브랜즈, 팩트셋, 캐나다국철, 엑슨모빌(), 노퍽서던() 등 |
| 신규 매수 | 4건 |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웨어하우저, 메르카도리브레() 등 |
| 전량 청산 | 3건 | 초이스호텔, 타깃(), 트랜스유니온 |
| 비중 축소 | 2건 | S&P글로벌, 유나이티드헬스() |
숫자가 성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늘린 게 43건인데 줄인 건 2건입니다. 대부분의 자리에 조금씩 더 담았다는 뜻이고, 종목을 갈아타기보다 갖고 있는 것을 늘리는 쪽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늘린 목록에서는 철도(CSX·노퍽서던·캐나다국철)가 나란히 보이고, 금 로열티(프랑코네바다)와 엑슨모빌도 있습니다. 새로 담은 것 중에는 파이프라인 회사(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임업 리츠(웨어하우저), 중남미 이커머스(메르카도리브레)가 있습니다. 철도·파이프라인·임야처럼 쉽게 새로 만들 수 없는 자산 쪽에 무게가 실린 분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때(2026년 1분기), 시장은 어땠나?
1분기에 S&P 500은 4.6% 내렸습니다(12월 31일 6,845.50 → 3월 31일 6,528.52). 마켈의 표에도 알파벳·아마존·애플이 있지만, 이들이 상위를 독식하지는 않습니다. AI 흐름에 올라타되 그 비중을 담담하게 유지하고, 나머지를 철도·인프라·금융에 나눠 둔 구성입니다.
13F에는 매수 단가가 없어 이 자리들을 언제 어떤 값에 잡았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평균 보유 기간이 7년을 넘는 곳이라, 이번 분기 표의 상당 부분은 몇 해 전에 시작된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지금(2026년 7월)은?
분기 이후 시장의 질문은 ‘AI에 쓴 돈이 언제 이익으로 돌아오는가’로 좁혀졌습니다. 잘 벌고도 주가가 눌리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값이 기대를 앞질렀는지 따지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마켈의 구성은 어느 한쪽에 걸려 있지 않습니다. 빅테크가 흔들려도 비중이 2~6%대라 충격이 제한적이고, AI 상승이 이어져도 그 자리만큼은 함께 갑니다. 대신 성과의 상당 부분이 버크셔에 묶여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버크셔 자체가 보험과 대규모 현금, 여러 사업을 안고 있는 복합기업이라, 이 자리는 ‘또 하나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산 것’에 가깝습니다.
금 로열티(프랑코네바다)를 늘린 것도 지금 국면과 맞물립니다. 금값이 2026년 들어 사상 최고 구간을 오간 흐름은 프렘 왓사·존 폴슨 같은 이름들이 실물자산에 무게를 둔 배경과 같습니다. 다만 마켈에서 그 비중은 앞자리를 차지할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낙관과 공포 — 플로트로 오래 두는 방식, 두 시나리오
😇 낙관 시나리오 · IF 천사
플로트는 사업에서 나오는 돈이라 시장이 빠져도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 값이 흔들릴 때 오히려 더 담을 수 있는 구조다. 이번 분기 43건 증액이 그 방식이다. (전략)
철도·파이프라인·임야처럼 새로 만들기 어려운 자산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값을 지키는 쪽에 가깝다. (타이밍)
빅테크 비중이 담담해 AI 밸류에이션 조정이 와도 전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거시)
😈 공포 시나리오 · IF 악마
자산의 8분의 1이 버크셔 한 곳에 묶여 있다. 분산처럼 보이지만 그 회사의 성과에 크게 연동된다. (밸류)
보험은 대형 재해가 나면 보험금 지급이 몰린다. 플로트가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투자 여력도 함께 줄어든다. (타이밍)
오래 두는 방식은 산업이 구조적으로 바뀔 때 대응이 늦다. 철도·농기계처럼 오래된 사업일수록 변화가 왔을 때 빠져나오기 어렵다. (거시)
13F가 보여주는 건 ‘거의 팔지 않고 계속 담았다’는 사실까지입니다. 그 인내가 복리로 돌아올지, 변화에 늦는 이유가 될지는 각 사업의 다음 10년이 답합니다.
지금 이 거시 흐름에서, 게이너의 선택은?
이 표에서 배울 점은 종목이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회전율 2%대에 평균 보유 7년 반, 한 분기에 43건을 늘리고 2건만 줄인 기록은 ‘언제 팔지’를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 돈이 남에게 빌린 돈도,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고객 돈도 아닌 보험 사업에서 나온 자금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개인 투자자에게 양날입니다. ‘오래 들고 가라’는 조언은 흔하지만, 오래 들고 갈 수 있으려면 급하게 팔 이유가 없는 돈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먼저 붙습니다. 마켈의 성과를 보고 따라 하기 전에, 그 전제부터 같은지 확인해볼 만합니다.
앞서 본 브레이브 워리어가 ‘아는 것만 적게’로 위험을 다뤘다면, 마켈은 ‘급할 이유가 없는 돈’으로 다룹니다. 둘 다 밸류 계열이지만 안전장치를 서로 다른 곳에 두고 있습니다.
글쓴이 한마디 — ‘작은 버크셔’라 불리는 회사가 정작 가장 크게 들고 있는 게 진짜 버크셔라는 건, 자기 방식에 대한 담백한 확인처럼 보입니다. 흉내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본의 주주가 되어 있는 셈이니까요. 13F에서 A주와 B주가 따로 잡히는 탓에 이 사실이 표만 봐서는 잘 안 보인다는 점은, 숫자를 읽을 때 한 번 더 들여다볼 이유가 됩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마켈의 2026년 1분기 13F는 버크셔 A·B주를 합친 12.9%가 압도적 1위이고, 알파벳·아마존·애플을 담담한 비중으로 두면서 철도·파이프라인·인프라를 함께 담은 포트폴리오입니다. 이번 분기 증액은 43건인데 감액은 2건뿐이었습니다. 헤지펀드가 아니라 보험사의 자산 운용이며, 그 자금이 플로트라는 점이 이 인내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입니다.
내일 아침에는 같은 밸류 계열이면서도 합쳐보면 1등이 빅테크로 바뀌는 포트폴리오를 봅니다. 연례 서한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프랑수아 로숑입니다.
’그때’ 절에 1분기를 AI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던 분기로 적었는데, 실제로 S&P 500은 그 분기에 내렸습니다. 분기 수익률을 확인하지 않고 그 무렵의 분위기로 쓴 것이 원인입니다.
AI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던 분기 → S&P 500 −4.6%(12월 31일 6,845.50 → 3월 31일 6,528.52)로 고쳤습니다.
13F 표의 수치와 변화 건수는 영향이 없습니다.
서미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