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어제 본 에드가 와첸하임이 값이 눌린 업종을 골라 크게 담는 쪽이었다면, 오늘 이름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좋은 브랜드를 사서 수십 년 단위로 그냥 두는 쪽입니다.
가드너 루소 앤 퀸(Gardner Russo & Quinn), 토마스 루소가 이끄는 곳의 미국 주식 약 84억 9,628만 달러(약 12.2조 원)입니다. 1위는 버크셔 해서웨이인데, A주와 B주를 합치면 18.60%로 이 시리즈에서 본 어떤 포트폴리오보다 버크셔 비중이 큽니다.

토마스 루소는 누구인가
루소는 1989년부터 이 회사에서 자금을 운용해온 인물입니다. 그가 밸류 진영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성과보다 개념 하나 때문입니다 — 견디는 능력(capacity to suffer)입니다.
프랑스계 투자자 장 마리 에벨라르에게서 가져온 이 말은, 회사가 장기 가치를 키우기 위해 당장의 이익 부진을 감수할 수 있는가를 뜻합니다. 새 시장에 들어가거나 브랜드를 키우려면 몇 해 동안 이익이 눌리는데, 분기 실적에 쫓기는 경영진은 그 투자를 하지 못합니다. 루소는 그걸 할 수 있는 회사를 골라 오래 들고 갑니다.
🎯 루소의 원칙 — ‘다시 투자할 능력과, 그동안 견딜 능력.’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회사 중에서 번 돈을 다시 굴릴 곳이 있고(capacity to reinvest), 그 투자가 당장의 이익을 눌러도 버틸 수 있는 곳(capacity to suffer)을 고릅니다. 대체로 오너 가문이나 지배주주가 있는 회사가 이 조건을 갖춘다고 봅니다.
Top 보유 — 1위가 버크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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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목 | 비중 | 무슨 회사인가 |
|---|---|---|
| 버크셔 A () | 12.34% | 보험·복합기업 |
| 알파벳 () | 11.31% | 검색·클라우드 |
| 마스터카드 () | 9.15% | 결제망 |
| 필립모리스 () | 8.96% | 담배·무연 제품 |
| 네슬레 () | 6.39% | 식품·음료 |
| 넷플릭스 () | 6.35% | 스트리밍 |
| 버크셔 B () | 6.26% | 1위와 같은 회사 |
표에서 1위와 7위는 같은 회사입니다. 버크셔 주식은 두 종류인데, A주는 한 주 값이 수십만 달러라 일반 투자자가 사기 어렵고, 그래서 회사가 A주를 잘게 나눠 만든 것이 B주입니다. 사업도 배당도 같은 한 회사지만 13F에는 각각 따로 잡히기 때문에 표에서 두 줄로 나뉩니다. 합치면 18.60%로 2위 알파벳(11.31%)을 크게 앞섭니다. 토마스 게이너의 마켈에서 본 것과 같은 구조인데, 비중은 이쪽이 더 큽니다.
나머지 자리를 보면 그의 기준이 그대로 보입니다. 마스터카드·필립모리스·네슬레는 모두 세계 어디서나 팔리는 브랜드이고, 뒤에는 마틴마리에타(골재), 선벨트 렌탈(장비 임대), 우버가 이어집니다.
루소는 유럽 브랜드 기업을 오래 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3F에는 그 일부만 잡힙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예탁증서(ADR) 형태여야 보이기 때문입니다. 네슬레가 NSRGY라는 ADR로 표에 있는 게 그 예입니다. 즉 이 표는 그의 포트폴리오 전부가 아니라 미국에서 살 수 있는 부분이고, 실제 구성은 이보다 국제적일 수 있습니다.
이번 분기 주목할 변화 — 33건을 덜어냈는데 순서는 그대로
| 구분 | 건수 | 종목 |
|---|---|---|
| 비중 축소 | 33건 | 알파벳·네슬레·필립모리스·마스터카드·비자 등 |
| 비중 확대 | 10건 | 넷플릭스·도어대시·우버·유니온퍼시픽 등 |
| 전량 청산 | 3건 | IBM·PNC파이낸셜·하얏트 |
| 신규 매수 | 2건 | 선벨트 렌탈·머크 |
건수만 보면 대대적으로 정리한 분기처럼 보입니다. 33건을 줄였고 그 안에는 1위 알파벳부터 네슬레·필립모리스·마스터카드까지 주요 자리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상위 목록의 순서는 그대로입니다. 조금씩 덜어냈을 뿐 자리를 비우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지난주 특집에서 ‘건수는 행동의 빈도일 뿐 확신의 크기가 아니다’라고 적었는데, 이 표가 그 예에 가깝습니다.
새로 담은 선벨트 렌탈은 눈여겨볼 이름입니다. 건설 장비를 빌려주는 회사인데, 같은 분기에 토마스 게이너·글렌 그린버그·프랑수아 로숑도 나란히 신규 매수했습니다. 밸류 계열 네 명이 같은 분기에 처음 담은 자리입니다.

그때(2026년 1분기), 시장은 어땠나?
AI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던 분기입니다. 이 표에도 알파벳이 11.31%로 크게 있지만,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 루소가 알파벳을 담은 건 AI 흐름 때문이라기보다 검색과 광고라는 오래된 현금 사업 쪽에 가깝고, 실제로 이번 분기에는 그 자리를 줄였습니다.
대신 늘린 쪽에 넷플릭스·도어대시·우버가 있습니다. 셋 다 초기 몇 해 동안 이익을 희생하며 규모를 키운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견디는 능력’이라는 그의 기준에 맞춰 보면 자연스러운 목록입니다.
그래서 지금(2026년 8월)은?
분기 이후 시장의 질문은 ‘AI에 쓴 돈이 언제 이익으로 돌아오는가’로 좁혀졌고, 그 과정에서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는 회사를 시장이 어떻게 볼지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지난주 알파벳이 설비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밀린 장면이 그 예입니다.
루소의 기준에서 보면 이런 국면은 오히려 견디는 능력을 확인하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기준이 실제로 통하는지는 몇 해 뒤에야 확인되고, 그사이 값이 눌리는 건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한편 담배(필립모리스)와 식품(네슬레) 쪽은 다른 축에 걸려 있습니다. 두 업종 모두 브랜드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논쟁이 이어지는 중이고, 이번 분기 루소가 둘 다 조금씩 덜어낸 것도 그 흐름과 겹칩니다.
낙관과 공포 — 오래 두는 방식, 두 시나리오
😇 낙관 시나리오 · IF 천사
세계적 브랜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 새 시장에 들어가느라 이익이 눌린 구간을 지나면 그 투자가 매출로 돌아온다. (사업)
33건을 줄이면서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값이 부담스러울 때 조금씩 덜어 현금을 만들되 판단은 유지하는 방식이다. (타이밍)
버크셔 18.6%는 그 자체로 분산된 자산이다. 보험·철도·에너지가 섞여 있어 한 업종의 부진에 통째로 흔들리지 않는다. (거시)
😈 공포 시나리오 · IF 악마
’견디는 능력’은 회사의 미덕이자 투자자의 부담이다 — 이익이 눌리는 몇 해 동안 값도 함께 눌릴 수 있다. (밸류)
담배·식품처럼 오래된 브랜드는 소비 습관이 바뀌면 회복이 아니라 축소로 간다. 그 구분은 지나고 나서야 분명해진다. (타이밍)
버크셔 18.6%는 곧 한 회사의 승계와 자본 배분에 성과가 크게 묶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시)
13F가 보여주는 건 ‘조금씩 덜어내되 순서는 지켰다’는 사실까지입니다. 그 인내가 복리로 돌아올지는 각 브랜드의 다음 10년이 답합니다.
지금 이 거시 흐름에서, 루소의 선택은?
이번 시리즈에서 버크셔를 크게 담은 이름이 여럿 나왔습니다. 리 루 13.4%, 게이너 12.9%, 로숑 6.6% — 그리고 루소가 18.6%로 가장 큽니다. 밸류 계열이 같은 회사를 안전판처럼 쓰고 있다는 점은 버크셔 종목 분석에서 짚은 그대로입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이 표에서 가져갈 만한 건 ‘견딜 수 있는 회사’와 ‘견딜 수 있는 나’는 다르다는 구분입니다. 루소가 고르는 건 앞쪽이지만, 그 선택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뒤쪽도 필요합니다. 이익이 눌리는 구간을 회사가 견디는 동안 투자자도 그 값을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한마디 — 감액 33건이라는 숫자를 처음 보고 대대적인 정리인 줄 알았는데, 상위 목록을 보니 순서가 그대로였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팔았는지보다 무엇을 남겼는지를 봐야 한다는 걸 다시 확인한 표였습니다. 그리고 밸류 거장 넷이 같은 분기에 처음 담은 선벨트 렌탈은, 아마 다음 분기에 다시 이야기할 이름이 될 것 같습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가드너 루소의 2026년 1분기 13F는 버크셔 A·B를 합친 18.60%가 압도적 1위이고, 알파벳·마스터카드·필립모리스·네슬레가 뒤를 잇는 포트폴리오입니다. 이번 분기 33건을 덜어냈지만 상위 자리의 순서는 바뀌지 않았고, 새로 담은 건 선벨트 렌탈과 머크 둘뿐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그가 3위로 들고 있는 결제망 회사를 봅니다 — 같은 종목을 두고 워런 버핏이 이번 분기에 통째로 비운 마스터카드입니다.
서미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