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어제 본 하워드 막스가 지수에 보험을 걸어 AI 국면을 비껴갔다면, 오늘 이름은 아예 그 국면을 쳐다보지 않는 쪽입니다. 글렌 그린버그(Glenn Greenberg)가 이끄는 브레이브 워리어 어드바이저스(Brave Warrior Advisors), 미국 주식 약 40억 달러(약 6조원)의 13F입니다. 상위 10종목이 전체의 75%인 초집중 포트폴리오인데, 그 목록에서 엔비디아()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알파벳()도 찾을 수 없습니다.

글렌 그린버그는 누구인가
그린버그는 1984년 치프테인 캐피털(Chieftain Capital)을 세워 이름을 알렸고, 2010년대 초 브레이브 워리어로 독립했습니다. 미국 밸류 투자 진영에서 ‘가장 적게 사는 사람’으로 통합니다. 보통 10종목 안팎만 보유하고, 한 종목을 사기 전 그 회사의 사업을 오래 파고듭니다.
그가 남긴 유명한 설명이 있습니다 — 집중은 배짱이 아니라 무지에 대한 방어라는 것입니다. 많이 가질수록 각각을 덜 알게 되고, 덜 아는 회사일수록 값이 흔들릴 때 공포와 욕심에 흔들려 실수하기 쉽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그는 아는 것만, 적게 삽니다.
🎯 그린버그의 원칙 — ‘모르는 것을 많이 갖느니, 아는 것을 적게 갖는다.’ 경쟁자가 적은 사업, 투입한 자본 대비 이익을 잘 뽑아내는 회사(ROIC)를 골라 소수만 오래 보유합니다. 분산은 안전장치가 아니라 이해 부족을 가리는 포장이라고 보는 쪽입니다.
Top 10 — 아는 이름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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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 종목 | 비중 | 무슨 회사인가 |
|---|---|---|---|
| 1 | TD 시넥스 () | 12.8% | IT 제품 유통 |
| 2 | 원메인 홀딩스 () | 10.2% | 서민 대상 소비자금융 |
| 3 | 아이콘 () | 8.2% | 임상시험 대행(CRO) |
| 4 | 엘리번스 헬스 () | 8.1% | 건강보험 |
| 5 | 오토네이션 () | 7.5% | 자동차 딜러 체인 |
| 6 | SLM () | 7.2% | 학자금 대출 |
| 7 | 밀로즈 프로퍼티스 () | 5.9% | 주택용지 리츠 |
| 8 | 프리메리카 () | 5.5% | 생명보험·재무설계 |
| 9 | 레나 () | 5.2% | 주택 건설 |
| 10 | 빌더스 퍼스트소스 () | 4.8% | 건축자재 유통 |
화려한 이름이 하나도 없습니다. AI도, 반도체도, 클라우드도 없습니다. 대신 IT 제품을 실어 나르고, 돈을 빌려주고, 임상시험을 대행하고, 차를 팔고, 집을 짓고, 자재를 유통하는 회사들입니다. 공통점을 찾자면 이야기가 아니라 현금흐름으로 굴러가는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상위 10종목이 75%라는 건 이 시리즈 기준으로도 상당한 집중입니다. 다만 주의할 게 있습니다 — 상위 목록에 빅테크가 없다고 해서 그가 빅테크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이번 분기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오히려 비중을 늘렸는데, 규모가 작아 상위 10에 들지 못했을 뿐입니다. 13F 상위 목록은 ‘전부’가 아니라 ‘큰 자리’만 보여줍니다.
이번 분기 주목할 변화 — 판 것이 말해주는 것
| 구분 | 건수 | 종목 |
|---|---|---|
| 전량 청산 | 3건 | 비자(), US뱅코프, S&P글로벌 |
| 신규 매수 | 6건 | 아이콘, 아폴로, 퍼스트아메리칸, 아레스 등 |
| 비중 확대 | 5건 | SLM, 프리메리카,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레시브, 메타 |
| 비중 축소 | 16건 | MPLX, 엘리번스, TD 시넥스, 밀로즈, 원메인 등 |
청산 목록이 눈에 띕니다. 비자와 S&P글로벌 — 둘 다 이 블로그가 교차 분석했던, 여러 거장이 ‘해자가 깊다’며 크게 담은 종목입니다. 크리스 혼은 비자에 20.4%, S&P글로벌에 13.2%를 실었죠. 그린버그는 같은 분기에 둘 다 비웠습니다.
새로 담은 쪽은 임상시험 대행사 아이콘(3위로 바로 진입)과 아폴로·아레스 같은 사모 운용사입니다. 방향을 요약하면 널리 인정받아 값이 오른 곳에서 나와, 덜 주목받는 곳으로 옮긴 분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때(2026년 1분기), 시장은 어땠나?
AI 대형주가 지수를 밀어 올리던 국면입니다. 그린버그의 표에는 그 흐름이 거의 비치지 않습니다. 상위 열 자리가 유통·금융·의료·주택으로 채워져 있어, 지수가 어디로 가든 각 회사의 사업이 굴러가는 속도가 성과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구성에는 다른 성격의 쏠림이 있습니다. 주택 건설(레나)·건축자재(빌더스 퍼스트소스)·주택용지(밀로즈)·소비자금융(원메인)·학자금 대출()까지, 금리와 미국 가계의 형편에 함께 묶인 자리가 여럿입니다. AI 쏠림은 피했지만 금리 쏠림은 안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2026년 7월)은?
분기 이후 이 구성의 전제는 두 갈래로 움직였습니다.
먼저 금리 쪽입니다. 물가가 둔화되던 흐름에 유가 반등이 겹치면서 인하 기대가 뒤로 밀렸고, 시장에서는 오히려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시각이 늘었습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주택 구매도, 소비자 대출도 부담이 커집니다. 이 포트폴리오의 절반 가까이가 그 부담과 직접 닿아 있습니다.
반대로 AI 쏠림에 대한 경계는 커졌습니다. 팔란티어처럼 실적이 좋아도 값이 눌리는 사례가 나오고, 잘 벌고도 팔리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값이 이야기를 앞질렀나’라는 질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 질문이 커질수록, 애초에 이야기를 사지 않은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자리에 있게 됩니다.
정리하면 피한 위험(AI 밸류에이션)과 안고 있는 위험(금리·주택)이 서로 다른 방향인 구성입니다.
낙관과 공포 — 열 개만 갖는 방식, 두 시나리오
😇 낙관 시나리오 · IF 천사
적게 갖는 만큼 각 회사를 깊이 안다 — 값이 흔들려도 사업이 멀쩡하면 버틸 수 있고, 그 버팀이 장기 성과의 바탕이 된다. (전략)
AI 밸류에이션 논쟁이 커질수록, 애초에 그 값을 지불하지 않은 포트폴리오는 조정 국면에서 덜 흔들린다. (타이밍)
금리가 내려가는 국면이 오면 주택·소비자금융처럼 눌려 있던 업종이 먼저 숨통을 트인다. (거시)
😈 공포 시나리오 · IF 악마
열 종목에 75%를 실으면 한 회사의 판단 착오가 전체 성과를 좌우한다 — 집중은 맞을 때와 틀릴 때 모두 크게 작동한다. (밸류)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주택·건자재·소비자금융·학자금 대출이 동시에 눌린다. 서로 다른 회사처럼 보여도 같은 변수에 묶여 있다. (타이밍)
AI 상승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그 흐름에서 통째로 비켜서 있어, 지수와의 격차가 길게 벌어질 수 있다. (거시)
13F가 보여주는 건 ‘아는 것만 적게 담았다’는 사실까지입니다. 그 좁은 선택이 깊이의 힘이 될지 쏠림의 위험이 될지는 각 회사의 다음 몇 년이 답합니다.
지금 이 거시 흐름에서, 그린버그의 선택은?
이 표의 값어치는 종목 목록보다 ‘무엇을 사지 않았는가’에 있습니다. 같은 분기 여러 거장이 비자·S&P글로벌을 ‘해자가 깊다’며 크게 담을 때 그는 둘 다 비웠고, 시장 전체가 AI를 볼 때 IT 유통과 학자금 대출을 봤습니다.
앞서 집중과 분산을 비교한 특집에서 봤듯 집중 자체가 우월한 전략은 아닙니다. 다만 그린버그의 집중에는 뚜렷한 논리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 모르는 것을 많이 갖는 게 더 위험하다는 것. 분산을 안전으로 여기는 통념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이 관점은, 어제 본 브리지워터의 1,000종목과 나란히 놓으면 같은 시장을 두고 얼마나 다른 결론이 가능한지를 보여줍니다.
글쓴이 한마디 — 아는 이름이 없다는 게 이 표의 약점처럼 보이지만, 그린버그 입장에서는 그게 핵심일 겁니다. 모두가 아는 회사는 이미 모두가 값을 매겨뒀을 테니까요. 다만 ‘적게 아는 것을 많이 갖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게 가진 것을 정말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은, 따라 하기 전에 짚어둘 대목입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브레이브 워리어의 2026년 1분기 13F는 상위 10종목이 75%인 초집중 구성인데, 그 안에 빅테크가 하나도 없습니다. IT 유통·소비자금융·임상시험·건강보험·주택이 자리를 채웠고, 이번 분기에는 비자와 S&P글로벌을 전량 청산했습니다. AI 쏠림은 피했지만 금리·주택 쪽 쏠림은 함께 안고 있는 포트폴리오입니다.
내일 아침에는 ‘작은 버크셔’라 불리는 회사가 정작 가장 크게 들고 있는 종목을 봅니다 — 토마스 게이너와 마켈입니다.
서미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