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본 거장들의 1등은 늘 개별 기업이었습니다. 리 루는 알파벳, 빌 애크먼은 아마존, 크리스 혼은 비자였죠. 그런데 오늘 보는 포트폴리오의 1등은 회사가 아닙니다 — S&P500 지수를 통째로 담은 ETF입니다. 1위와 2위를 합치면 20%가 넘고, 보유 종목 수는 약 1,000개에 달합니다. 『원칙』(Principles)의 저자 레이 달리오가 세운 브리지워터(Bridgewater Associates), 미국 주식 규모 약 224억 달러(약 33조원)의 13F입니다.

브리지워터, 그리고 달리오가 떠난 자리
브리지워터는 운용자산 약 920억 달러(약 137조원)로 세계 최대 헤지펀드로 꼽힙니다.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경제를 하나의 기계처럼 설명하는 매크로(거시경제) 투자와 『원칙』이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달리오는 2022년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o-CIO) 자리에서 물러나며 의결권을 이사회에 넘겼고, 2025년에는 남아 있던 지분까지 전부 팔고 회사를 완전히 떠났습니다. 현재 브리지워터의 투자 결정은 카렌 카니올-탬버·밥 프린스·그렉 젠슨 세 명의 공동 CIO가 내립니다. 그러니 이 13F는 ‘달리오 개인의 계좌’가 아니라 그가 세운 회사의 현재 포트폴리오로 읽어야 정확합니다.
🎯 브리지워터의 원칙 — ‘어떤 날씨가 와도 견디게 위험을 나눈다.’ 한 종목을 깊게 파는 대신, 위험이 서로 다른 자산에 고르게 나눠 담아 어떤 국면에서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방식입니다. 소수 집중으로 승부하는 거장들과는 출발점 자체가 다릅니다.
Top 10 — 1·2위가 개별 기업이 아니다
영문 티커를 누르면 복사됩니다 — 증권 앱 검색창에 붙여넣어 보세요.
| 순위 | 종목 | 비중 | 성격 |
|---|---|---|---|
| 1 | SPDR S&P500 ETF () | 12.7% | 📊 지수 ETF |
| 2 | iShares Core S&P500 () | 7.8% | 📊 지수 ETF |
| 3 | 아마존 () | 4.1% | 이커머스·클라우드 |
| 4 | 엔비디아 () | 3.6% | AI 반도체 |
| 5 | 알파벳 () | 2.6% | 검색·클라우드 |
| 6 | 브로드컴 () | 2.5% | AI 네트워크 반도체 |
| 7 | 마이크론 () | 2.2% | 메모리 반도체 |
| 8 | 마이크로소프트 () | 1.8% | 클라우드·AI |
| 9 | GE 버노바 () | 1.7% | 전력 설비 |
| 10 | TSMC () | 1.6% | 반도체 파운드리 |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1·2위 두 ETF만 20.5% — 미국 시장 전체를 통째로 사둔 자리입니다. 그리고 3위부터 10위까지는 아마존·엔비디아·브로드컴·마이크론·TSMC·GE 버노바로, AI를 굴리는 데 필요한 것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시장 전체를 깔아두고 그 위에 AI를 한 겹 얹은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 거장들은 상위 10개가 포트폴리오의 절반에서 90%를 차지했습니다. 브리지워터는 상위 10개를 다 더해도 40%가 채 되지 않고, 나머지가 약 1,000개 종목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표는 ‘무엇을 골랐나’보다 ‘얼마나 넓게 폈나’를 보여주는 표에 가깝습니다.
이번 분기 주목할 변화 — 1,255건
| 구분 | 건수 | 눈에 띄는 종목 |
|---|---|---|
| 신규 매수 | 215건 | 코세라, 펠로톤, 오토존 등 |
| 전량 청산 | 262건 | 인텔(), 캐피털원(), 뱅크오브몬트리올 등 |
| 비중 확대 | 291건 | 시부아니 스틸워터, 아마존,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
| 비중 축소 | 487건 | 핀터레스트(), 페이팔(), 그랩, 컴캐스트() 등 |
한 분기에 1,255건의 매매가 잡혔습니다. 지금까지 본 거장들이 한 분기에 10~40건 남짓 움직인 것과 비교하면 자릿수가 다릅니다. 개별 기업을 오래 들고 가는 방식이 아니라, 규칙에 따라 넓게 담고 계속 조정하는 방식이라는 게 숫자로 드러납니다.
지수 ETF 안에서도 조정이 있었습니다. iShares() 쪽은 크게 덜어냈고, 그만큼 무게가 SPDR()로 옮겨가 1위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담는 대상은 같은 S&P500인데 그릇을 바꾼 셈입니다. 개별 종목에서는 AI 반도체(엔비디아·브로드컴·마벨·앰코)와 금·백금 광산주를 늘리고, 핀터레스트·페이팔·그랩 같은 이름은 덜어냈습니다.
그때(2026년 1분기), 시장은 어땠나?
AI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던 국면입니다. 이때 브리지워터의 선택은 ‘어느 AI 종목이 이길지 고르는’ 쪽이 아니라, 지수로 시장 전체를 사두고 AI 인프라를 조금씩 얹는 쪽이었습니다. 개별 승자를 맞히지 않아도 시장이 오르면 따라가고, 특정 종목이 무너져도 1,000개에 흩어진 만큼 충격이 작아지는 구조입니다.
다만 13F에는 매수 단가가 없어 이 자리들을 어느 값에 잡았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브리지워터의 본업은 채권·통화·원자재를 아우르는 매크로 운용이라, 미국 주식만 공시하는 13F는 전체 그림의 한 조각입니다.
그래서 지금(2026년 7월)은?
분기 이후 시장의 초점은 ‘AI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돌아오는가’로 옮겨갔습니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그 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하는 흐름이 커지면서 부채로 지은 성장이라는 경계도 함께 커졌습니다. 브리지워터가 담은 엔비디아·브로드컴·마이크론·TSMC·GE 버노바는 그 투자가 이어지는 한 수요가 유지되는 자리입니다.
동시에 지수에 20%를 둔 선택의 성격도 분명해졌습니다. S&P500은 지금 상위 소수 기업의 비중이 역사적으로 높은 상태라, ‘지수를 산다’는 게 예전만큼 넓게 분산되는 일이 아닙니다 — 지수를 통해서도 이미 AI 대형주를 상당 부분 사게 되는 구조입니다. 넓게 폈다고 해서 AI 흐름에서 비켜서 있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편 개별 종목에서 늘린 금·백금 광산주는 금값이 사상 최고 구간을 오가는 흐름과 같은 방향입니다. 시장이 한쪽으로 쏠릴 때를 대비하는 자리를 조금씩 덧대둔 셈입니다.

낙관과 공포 — 넓게 편 포트폴리오, 두 시나리오
😇 낙관 시나리오 · IF 천사
어느 종목이 이길지 맞히지 않아도 된다 — 시장이 오르면 지수가 따라 오르고, 개별 기업 하나가 무너져도 1,000개에 흩어진 만큼 타격이 제한된다. (전략)
AI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반도체·전력 인프라를 얹은 상위 구성이 지수보다 나은 몫을 더한다. (타이밍)
금·백금 등 실물자산을 함께 들고 있어 인플레이션·지정학 충격이 와도 완충 장치가 있다. (거시)
😈 공포 시나리오 · IF 악마
넓게 펴면 크게 잃지 않는 대신 크게 얻기도 어렵다 — 소수에 집중한 거장들이 앞서갈 때 뒤처지는 구간이 길어질 수 있다. (밸류)
지수 자체가 상위 소수 종목에 쏠려 있어, AI 대형주가 흔들리면 ‘분산했다고 믿은 자리’까지 함께 흔들린다. (타이밍)
회전이 잦은 만큼 거래 비용과 세금이 성과를 갉아먹을 수 있고, 규칙 기반 조정은 국면이 급변할 때 한 박자 늦을 수 있다. (거시)
13F가 보여주는 건 ‘아주 넓게 폈다’는 사실까지입니다. 그 넓이가 폭풍을 견디는 힘이 될지, 상승장에서 뒤처지는 이유가 될지는 시장이 답합니다.
지금 이 거시 흐름에서, 브리지워터의 선택은?
이 포트폴리오는 ‘누가 이길지 맞히는 게임’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시장 전체를 지수로 깔고, 그 위에 AI를 굴리는 데 필요한 반도체·전력을 얹고, 한쪽에는 금·백금을 두어 충격에 대비했습니다. 한 종목에 20%를 싣는 빌 애크먼이나 알파벳 한 종목에 20% 넘게 둔 리 루와 비교하면, 같은 13F라는 서류를 쓰면서도 완전히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앞서 집중과 분산을 비교한 특집에서 봤듯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산의 극단이 어떤 모습인지를 이 13F만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드뭅니다.
글쓴이 한마디 — 1,000개 종목에 나눠 담은 포트폴리오를 보고 나면, ‘거장의 선택을 따라 산다’는 말이 이 경우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여기서 배울 건 종목이 아니라 태도 쪽에 가깝습니다 — 맞힐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대신 어떤 날씨에도 버틸 구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브리지워터의 2026년 1분기 13F는 1·2위가 S&P500 지수 ETF이고 약 1,000개 종목에 흩어진, 이 시리즈에서 가장 넓게 편 포트폴리오입니다. 개별 종목에서는 AI 반도체와 전력 설비를 늘렸고, 한 분기 매매만 1,255건에 달했습니다. 창업자 달리오는 2025년에 지분까지 정리하고 떠났으니, 이 표는 ‘달리오의 감(感)‘이 아니라 그가 남긴 규칙이 굴러가는 모습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내일은 정반대 지점에 선 이름입니다 — 타이거 컵 3대장의 마지막 한 명, 스티븐 만델(론 파인)이 빅테크를 팔고 무엇을 샀는지 살펴봅니다.
서미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