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타이거 컵(줄리언 로버트슨의 제자들)을 두 명 만났습니다. 빅테크에 크게 실은 체이스 콜먼, 반도체·전력으로 무게를 옮긴 필립 라폰트입니다. 오늘은 그 계보의 마지막 한 명, 스티븐 만델(Stephen Mandel)이 이끄는 론 파인 캐피털(Lone Pine Capital)입니다. 미국 주식 규모 약 125억 달러(약 18.7조원)인 그의 13F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산 것이 아니라 판 것입니다 —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브로드컴()을 전량 청산했습니다.

스티븐 만델은 누구인가
만델은 1997년 론 파인을 세운 뒤 30년 가까이 성장주에 집중해온 투자자입니다. ‘타이거 컵’은 전설적 투자자 줄리언 로버트슨의 타이거 매니지먼트에서 일하다 독립한 제자들을 부르는 말인데, 만델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살아남은 축에 듭니다.
방식은 소수의 성장 기업을 깊게 파는 쪽입니다. 다만 이번 13F에서 상위 종목의 비중은 4~7%대로 고르게 퍼져 있습니다. 한 종목에 20%씩 싣는 초집중형은 아니고, 그렇다고 어제 본 브리지워터처럼 1,000개로 흩뿌리지도 않는 중간 지점입니다.
🎯 만델의 원칙 — ‘이기는 산업의 진짜 병목을 찾는다.’ 성장하는 이야기를 사는 게 아니라 그 성장이 지나가야만 하는 좁은 길목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이번 분기 그가 고른 길목은 전력과 장비였습니다.
Top 10 — 1위가 전력회사다
영문 티커를 누르면 복사됩니다 — 증권 앱 검색창에 붙여넣어 보세요.
| 순위 | 종목 | 비중 | 성격 |
|---|---|---|---|
| 1 | 비스트라 () | 7.4% | ⚡ 전력 |
| 2 | ASML () | 6.9% | 반도체 노광장비 |
| 3 | 카펜터 테크놀로지 () | 5.7% | 특수합금 소재 |
| 4 | LPL 파이낸셜 () | 4.9% | 증권 플랫폼 |
| 5 | 앱러빈 () | 4.7% | 모바일 광고 AI |
| 6 | 탈렌 에너지 () | 4.6% | ⚡ 전력 |
| 7 | 테라다인 () | 4.4% | 반도체 검사장비 |
| 8 | 카바나 () | 4.4% | 온라인 중고차 |
| 9 | 누 홀딩스 () | 4.3% | 중남미 디지털은행 |
| 10 | 메드라인 () | 4.2% | 의료용품 |
목록에서 빅테크의 이름을 찾기 어렵습니다. 대신 1위와 6위가 나란히 전력회사(비스트라·탈렌)이고, 2·7위는 반도체를 만들고 검사하는 장비 회사(ASML·테라다인), 3위는 항공·에너지에 쓰이는 특수합금 소재(카펜터 테크놀로지)입니다. AI로 돈을 버는 회사보다 AI를 굴러가게 만드는 회사들이 앞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엄청나게 먹습니다. 그래서 AI 투자가 늘면 전력이 병목이 됩니다 — 반도체를 사도 돌릴 전기가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스트라·탈렌 같은 발전 사업자가 AI 관련주로 묶여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골드러시에서 금을 캐는 사람보다 곡괭이와 삽을 판 상인이 돈을 벌었다는 비유가 이 구성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이번 분기 주목할 변화 — 빅테크를 비우고 인프라를 채웠다
| 구분 | 건수 | 종목 |
|---|---|---|
| 전량 청산 | 7건 |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도어대시() 등 |
| 신규 매수 | 11건 | 코닝(), 시에나(), 테라울프(), 아르간() 등 |
| 비중 확대 | 14건 | 누 홀딩스, 비스트라, 앱러빈, 탈렌 에너지 등 |
| 비중 축소 | 11건 | KKR, 브룩필드(), 암페놀, TSMC 등 |
청산 목록이 이번 분기의 이야기를 요약합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브로드컴 — 이 시리즈에서 여러 거장이 크게 담고 있던 이름들을 한 분기에 모두 비웠습니다.
그 자리에 들어온 신규 종목을 보면 방향이 분명합니다. 광섬유·특수유리를 만드는 코닝(), 데이터센터를 잇는 광통신 장비의 시에나(), 채굴장을 AI 데이터센터로 바꾸고 있는 테라울프(), 발전소를 짓는 건설사 아르간()과 마스텍()입니다. 여기에 기존 보유였던 비스트라·탈렌을 더 늘렸습니다.
정리하면 ‘AI를 쓰는 회사’에서 ‘AI를 짓는 회사’로 무게를 옮긴 분기입니다. 같은 타이거 출신인 콜먼이 빅테크를 크게 들고, 라폰트가 반도체 장비·전력으로 옮겨간 것과 나란히 놓으면 — 세 사람이 같은 스승 아래서 출발해 지금은 각기 다른 지점에 서 있는 셈입니다.
그때(2026년 1분기), 시장은 어땠나?
AI 대형주가 지수를 끌던 국면입니다. 만델은 그 대형주를 파는 쪽을 택했습니다. 다만 AI에서 발을 뺀 게 아니라 AI의 아래쪽 층으로 내려간 구성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 전력·장비·소재는 AI 투자가 이어지는 한 수요가 생기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론 파인은 이미 2024년에도 AI 관련 전력 생산업체를 새로 담은 이력이 있고, 직전 분기에는 오랜 상위 보유였던 메타()를 전량 정리했습니다. 몇 분기에 걸쳐 같은 방향으로 이동해온 결과가 이번 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2026년 7월)은?
분기 이후 이 베팅의 전제는 대체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계획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하는 사례가 늘며 투자 규모 자체는 커졌습니다. 전기를 파는 쪽·발전소를 짓는 쪽 입장에서는 주문이 이어지는 환경입니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AI 투자가 이익으로 돌아오는 속도’에 대한 의문이 커졌습니다. 이 의문은 만델의 구성에 양면으로 작용합니다. 빅테크 주가가 기대에 눌릴 때 그는 이미 그 자리를 비운 상태지만, 반대로 설비투자 계획 자체가 늦춰지면 전력·건설·장비는 대형 기술주보다 더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습니다. 발전소는 한 번 지으면 오래 쓰지만, 새로 짓겠다는 결정이 미뤄지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전력주 쪽은 2026년 들어 이미 많이 오른 구간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병목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진 뒤에는 그 이야기가 값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다음 질문이 됩니다.
낙관과 공포 — 곡괭이를 산 선택, 두 시나리오
😇 낙관 시나리오 · IF 천사
어느 AI 모델이 이길지 몰라도 전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 승자를 고르지 않고 산업 전체에 거는 자리다. (전략)
데이터센터 증설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동안 전력·장비·소재는 주문이 이어진다. 발전 설비는 짓는 데 시간이 걸려 공급이 쉽게 늘지 않는다. (타이밍)
빅테크 밸류에이션 부담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어, 대형 기술주 조정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흔들릴 수 있다. (거시)
😈 공포 시나리오 · IF 악마
’전력이 병목’이라는 이야기가 이미 값에 반영됐다면, 여기서부터는 실적이 기대를 따라잡아야 한다. (밸류)
설비투자 계획이 미뤄지면 전력·건설·장비가 먼저 맞는다 — 빅테크는 다른 사업으로 버티지만 이들은 대안이 적다. (타이밍)
빅테크를 전부 비운 만큼, AI 대형주가 다시 시장을 끌어올리는 국면에서는 그 상승에서 비켜서게 된다. (거시)
13F가 보여주는 건 ‘빅테크를 비우고 인프라를 채웠다’는 사실까지입니다. 곡괭이를 판 상인이 이번에도 웃을지, 금맥이 먼저 마를지는 앞으로의 설비투자가 답합니다.

지금 이 거시 흐름에서, 만델의 선택은?
같은 스승 아래서 출발한 세 사람이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콜먼은 AI를 쓰는 회사(빅테크)에, 라폰트는 AI를 만드는 회사(반도체·장비)에, 만델은 AI를 떠받치는 회사(전력·건설·소재)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셋 다 AI에 걸고 있지만 사슬의 서로 다른 층을 골랐고, 만델은 그중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래층일수록 이야기의 화려함은 덜하지만 필요가 사라지기는 더 어렵습니다. 다만 그 필요를 만드는 주문이 위층(빅테크의 투자 결정)에서 내려온다는 점에서, 결국 같은 사슬에 매여 있다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합니다.
글쓴이 한마디 — 30년 가까이 성장주를 봐온 투자자가 이번 분기에 고른 건 광고도, 검색도, 클라우드도 아닌 발전소와 전선이었습니다. 성장주 투자자가 굴착 장비를 사는 장면은 어색해 보이지만, 그가 늘 해온 일 — ‘성장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목 찾기’로 보면 결이 같습니다. 다만 길목이라는 판단이 널리 퍼진 뒤라는 점은 함께 기억해둘 대목입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만델의 2026년 1분기 13F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브로드컴을 전량 청산하고 전력(비스트라·탈렌)·장비(ASML·테라다인)·소재(카펜터)를 앞자리에 세운 포트폴리오입니다. 신규로는 코닝·시에나·테라울프·아르간처럼 데이터센터를 짓고 잇는 회사들이 들어왔습니다. 같은 타이거 컵인 콜먼·라폰트와 견주면 AI 사슬의 가장 아래층을 고른 셈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반대로 ‘값이 이야기를 앞질렀다’는 논쟁의 한복판에 선 종목을 봅니다 — 매출은 사상 최고 속도로 늘고 있는데 주가는 빠지고 있는 회사, 팔란티어입니다.
서미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