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거장들의 13F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분기마다 무언가를 사고팔았다는 것입니다. 토마스 게이너는 43건을 늘렸고, 프랑수아 로숑은 30건을 덜어냈습니다. 오늘 볼 표에는 그 칸이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 신규도, 청산도, 증액도, 감액도 0건입니다.
데일리 저널(), 찰리 멍거가 오래 이끌었던 회사의 미국 주식 약 2억 4,067만 달러(약 3,470억 원)입니다. 종목은 네 개뿐이고, 그 네 개의 주식수는 2024년 3월 말부터 2026년 6월 말까지 열 번의 보고서에서 한 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포트폴리오를 만든 사람은 2023년 11월 28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데일리 저널은 어떤 회사이고, 멍거는 왜 여기 있었나
먼저 짚을 게 있습니다. 데일리 저널은 헤지펀드가 아니라 상장 회사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법률 전문 신문을 발행하고, 법원·검찰 같은 사법기관에 사건 관리 소프트웨어를 파는 자회사(저널 테크놀로지스)를 두고 있습니다. 멍거는 이 회사의 회장이었고, 회사가 벌어들인 여윳돈으로 주식을 샀습니다.
그 시작은 2009년입니다. 금융위기로 은행주가 무너지던 그해 1분기, 멍거는 회사가 쥐고 있던 현금의 상당 부분을 은행주에 넣었습니다. 웰스파고를 주당 8달러 근처에서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해 상반기에만 세전 3,240만 달러(약 470억 원)의 평가이익이 났습니다. 그전 몇 해 동안은 같은 현금을 국채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기다렸습니다.
🎯 멍거의 원칙 — ‘좋은 사업을 찾았으면 그다음 할 일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값이 무너질 때까지 현금으로 기다리다가, 기회가 오면 크게 넣고, 그 뒤로는 웬만해선 손대지 않습니다. 버핏의 오랜 파트너이자 버크셔 부회장이었던 그가 자기 회사에서 그대로 실행한 방식입니다.
네 종목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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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목 | 비중 | 무슨 회사인가 |
|---|---|---|
| 웰스파고 () | 46.74% | 미국 4대 은행 |
| 뱅크오브아메리카 () | 40.51% | 미국 2대 은행 |
| 알리바바 () | 10.17% | 중국 이커머스·클라우드 |
| US뱅코프 () | 2.58% | 지역 기반 대형 은행 |
네 줄이 표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은행 셋을 합치면 89.8%입니다. 모니시 파브라이의 3종목 100%와 함께 이 시리즈에서 가장 집중된 축에 속하는데, 성격은 사뭇 다릅니다. 파브라이의 셋은 서로 다른 회사지만 같은 판(에너지 공급 제약)에 겹쳐 있었고, 멍거의 넷은 세 개가 아예 같은 업종입니다.
13F는 미국 상장주만 잡히기 때문에 보통은 ‘이 표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아야 합니다. 그런데 데일리 저널은 사정이 다릅니다 — 회사가 공시하는 유가증권이 사실상 이 네 종목이라, 여기서는 표가 곧 전부에 가깝습니다. 다만 회사의 진짜 사업(신문·법원 소프트웨어)은 13F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 표는 회사의 여윳돈이 어디에 담겨 있는가를 보여줄 뿐, 회사의 가치 전부를 뜻하지 않습니다.
이번 분기 주목할 변화 — 없다
| 구분 | 건수 |
|---|---|
| 신규 매수 | 0건 |
| 전량 청산 | 0건 |
| 비중 확대 | 0건 |
| 비중 축소 | 0건 |
이 시리즈에서 네 칸이 모두 0인 표는 처음입니다. 비중 숫자가 분기마다 조금씩 달라 보이는 건 주식을 사고팔아서가 아니라 주가가 움직여서입니다. 실제로 직전 분기(2025년 12월 말)와 견주면 알리바바 비중만 눈에 띄게 줄었는데, 이것도 195,000주를 그대로 둔 채 주가만 내린 결과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정지 상태가 언제 시작됐는지가 보입니다.
| 종목 (주식수) | 2023년 12월 말 | 2024년 3월 말 이후 |
|---|---|---|
| 웰스파고 | 1,591,800 | 1,413,000 |
| 뱅크오브아메리카 | 2,300,000 | 2,000,000 |
| 알리바바 | 300,000 | 195,000 |
| US뱅코프 | 140,000 | 119,500 |
오른쪽 열의 숫자는 2024년 3월 말부터 가장 최근인 2026년 6월 말까지 열 번의 보고서에서 모두 같은 값입니다.
2024년 1분기에 네 종목이 한꺼번에 11%에서 35%씩 줄었고, 그 뒤로는 멈췄습니다. 이 매도에 대해 회사는 종목 판단이 아니라 차입금(마진론)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규모는 약 4,058만 달러(약 580억 원)였습니다. 멍거가 세상을 떠난 지 넉 달 뒤의 일입니다.
한국 독자가 눈여겨볼 대목 — 포스코가 있었다
이 표에는 지금 없지만, 한동안 다섯 번째 줄이 있었습니다. 포스코()입니다.
데일리 저널은 적어도 2016년 초부터 2022년 3분기까지 포스코 9,745주를 단 한 주도 건드리지 않고 보유했습니다. 그 6년 반 동안 웰스파고·US뱅코프의 주식수도 똑같이 고정돼 있었으니, 포스코는 이 회사가 ‘사놓고 잊는’ 목록에 올려둔 몇 안 되는 이름 중 하나였던 셈입니다.
멍거는 포스코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철강회사이며 자국에서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오래 지켜왔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동시에 남들에게 없는 철강 기술을 가졌는데도 흔한 원자재 회사처럼 값이 매겨진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자리는 2022년 4분기 보고서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때(2026년 1분기), 시장은 어땠나?
AI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던 분기입니다. 이 표에는 그 흐름이 전혀 비치지 않습니다. 엔비디아도, 알파벳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없습니다. 대신 은행 셋과 중국 인터넷 기업 하나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자리들은 2026년 1분기에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웰스파고와 US뱅코프는 최소 10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16년 말부터, 알리바바는 2021년부터 있던 자리입니다. 다른 거장들의 13F가 ‘이번 분기에 무엇을 봤는가’를 보여준다면, 이 표는 ‘오래전 판단을 아직 거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지금(2026년 7월)은?
주목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데일리 저널은 회계연도 마감이 9월이라 13F 제출이 다른 곳보다 빠릅니다. 그래서 2026년 2분기(6월 말) 보고서가 이미 나와 있는데, 거기서도 네 종목의 주식수가 똑같습니다. 다른 거장 26인의 다음 분기를 아직 볼 수 없는 지금, 이 한 곳만은 한 분기 더 앞을 확인할 수 있고 그 답이 ‘변화 없음’인 셈입니다.
회사 쪽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현재 데일리 저널은 스티븐 마이힐존스가 최고경영자를 맡아 법원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키우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고, 이사회도 앞으로의 초점이 포트폴리오 운용보다 사업 운영에 있다는 방향을 밝혀왔습니다. 멍거가 하던 일, 즉 여윳돈으로 주식을 골라 담는 역할을 이어받겠다고 나선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변화 0건’은 두 가지로 동시에 읽힙니다 — 원칙을 지키는 중일 수도, 판단할 사람이 없어 멈춰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13F는 어느 쪽인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낙관과 공포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두 시나리오
😇 낙관 시나리오 · IF 천사
손대지 않는 것 자체가 멍거의 방식이었다 — 좋은 값에 산 은행을 그대로 두는 건 방치가 아니라 설계된 인내다. (전략)
거래가 없으면 세금과 수수료도 없다. 회전율 0%는 비용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상태다. (타이밍)
회사의 본업(법원 소프트웨어)이 성장하면 주식 포트폴리오는 굳이 흔들 이유가 없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거시)
😈 공포 시나리오 · IF 악마
자산의 90%가 은행 셋에 몰려 있다 — 금리·부실채권·규제처럼 은행 전체를 동시에 때리는 변수에 그대로 노출된다. (밸류)
판단하는 사람이 바뀌면 ‘안 파는 것’과 ‘못 파는 것’은 겉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차이는 커진다. (타이밍)
알리바바는 중국 규제·미중 갈등이라는 별개의 위험을 안고 있는데, 그 자리를 다시 점검한 흔적이 표에는 없다. (거시)
13F가 보여주는 건 ‘2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입니다. 그것이 지켜진 원칙인지 멈춘 시계인지는, 앞으로 이 회사가 여윳돈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답합니다.
지금 이 거시 흐름에서, 이 표의 쓸모는?
이 표에서 배울 점은 종목이 아니라 ‘하지 않음’도 하나의 상태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주에 본 밸류 거장들은 저마다 다른 안전장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워드 막스는 지수에 보험을 걸었고, 글렌 그린버그는 아는 것만 적게 담았으며, 토마스 게이너는 급하게 팔 이유가 없는 돈으로 버텼습니다. 멍거의 장치는 애초에 아주 싸게 사두는 것이었습니다. 남들이 은행을 던지던 해에 담은 자리에는, 그 뒤 웬만한 하락을 견딜 여유가 처음부터 붙어 있습니다.
다만 개인 투자자가 이 표에서 ‘가만히 있기’만 떼어 오면 곤란해집니다. 가만히 있어도 되는 이유는 싸게 샀기 때문이지, 오래 들고 있으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순서가 뒤바뀌면 같은 행동이 정반대 결과로 이어집니다.
글쓴이 한마디 — 네 칸이 모두 0인 표를 처음 봤을 때는 데이터를 잘못 뽑은 줄 알고 열 분기를 거슬러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까지 올라가도 숫자가 그대로인 걸 보고서야 이게 오류가 아니라 이 포트폴리오의 성격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매 분기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투자에서 가장 비싼 습관 중 하나라면, 이 표는 그 반대편 끝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 반대편 끝이 지금도 누군가의 선택인지는 별개의 질문이고요.
한눈에 정리하면
데일리 저널의 2026년 1분기 13F는 웰스파고 46.7%·뱅크오브아메리카 40.5%·알리바바 10.2%·US뱅코프 2.6%, 네 종목이 전부인 포트폴리오입니다. 은행 셋을 합치면 89.8%이고, 이번 분기 신규·청산·증액·감액이 모두 0건입니다. 2024년 1분기에 차입금 상환을 위해 네 종목을 한 차례 줄인 뒤로는 열 번의 보고서에서 주식수가 같습니다. 한때는 포스코도 6년 넘게 이 목록에 있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이번 주에 본 다섯 사람을 한 줄에 세워봅니다 — 한 분기에 56번 손댄 사람부터 0번 손댄 사람까지, 같은 밸류 진영에서 행동이 얼마나 갈리는지 보는 특집입니다.
서미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