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번 주에 본 다섯 사람은 모두 밸류 계열로 분류됩니다. 하워드 막스·글렌 그린버그·토마스 게이너·프랑수아 로숑·찰리 멍거 — 값이 가치보다 쌀 때 사고 오래 들고 간다는 원칙을 공유하는 이름들입니다.
그런데 같은 분기에 이들이 실제로 한 행동은 56건에서 0건까지 벌어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 다섯을 ‘움직임’이라는 자 하나로 다시 재봅니다.

한 줄에 세우면
| 거장 | 이번 분기 움직임 | 어느 쪽으로 |
|---|---|---|
| 하워드 막스 | 56건 | 사고팔고 양방향 |
| 토마스 게이너 | 52건 | 거의 사기만 |
| 프랑수아 로숑 | 47건 | 거의 덜어내기만 |
| 글렌 그린버그 | 30건 | 줄이는 쪽 |
| 찰리 멍거 | 0건 | 아무 데도 |
건수는 신규 매수·전량 청산·비중 확대·비중 축소를 모두 더한 값입니다. 한 분기 동안 포트폴리오에 손을 댄 횟수라고 보면 됩니다.
관찰 ① 건수가 같아도 하는 일이 다르다
총량만 보면 게이너(52건)와 로숑(47건)이 비슷합니다. 그런데 안을 열면 정반대입니다.
| 거장 | 늘린 것 | 줄인 것 |
|---|---|---|
| 토마스 게이너 | 신규 4 · 증액 43 | 청산 3 · 감액 2 |
| 프랑수아 로숑 | 신규 5 · 증액 8 | 청산 4 · 감액 30 |
| 하워드 막스 | 신규 15 · 증액 5 | 청산 17 · 감액 19 |
게이너는 52건 중 47건이 사는 쪽이었고, 로숑은 47건 중 34건이 파는 쪽이었습니다. 같은 분기, 같은 시장을 보면서 한 사람은 대부분 담고 한 사람은 대부분 덜어낸 셈입니다.
막스는 또 다릅니다. 신규 15건과 청산 17건이 거의 같은 크기로 맞물려 있어, 늘리거나 줄였다기보다 구성을 통째로 갈아 끼운 쪽에 가깝습니다.
건수는 ‘얼마나 자주 손댔나’를 보여줄 뿐, 금액의 크기는 담지 않습니다. 100만 원짜리 자리를 43번 늘린 것과 1조 원짜리 자리를 한 번 줄인 것이 표에서는 43대 1로 보입니다. 실제로 게이너의 증액 43건은 대부분 기존 자리를 조금씩 더한 것이고, 로숑의 감액 30건도 자리를 비운 게 아니라 덜어낸 것입니다. 이 표는 행동의 빈도를 재는 자이지 확신의 크기를 재는 자가 아닙니다.

관찰 ② 집중도와 움직임은 다른 축이다
‘많이 집중한 사람이 덜 움직인다’는 통념이 성립하는지 같은 다섯 명으로 확인해봤습니다.
| 거장 | 상위 7종목 비중 | 이번 분기 움직임 |
|---|---|---|
| 찰리 멍거 | 100.0% | 0건 |
| 글렌 그린버그 | 59.9% | 30건 |
| 프랑수아 로숑 | 40.6% | 47건 |
| 하워드 막스 | 38.9% | 56건 |
| 토마스 게이너 | 34.3% | 52건 |
이 다섯에서는 대체로 성립합니다. 집중도가 높을수록 손대는 횟수가 적었습니다. 멍거는 네 종목이 전부(100%)이면서 0건이고, 반대편의 게이너·막스는 가장 넓게 퍼져 있으면서 가장 자주 움직였습니다.
다만 이건 인과가 아니라 같은 태도가 두 곳에 나타난 것에 가깝습니다. 적게 골라 크게 담는 사람은 애초에 바꿀 자리가 적고, 넓게 담는 사람은 조정할 자리가 많습니다.
경향일 뿐 규칙은 아니기도 합니다. 지난 특집에서 본 댄 로브를 같은 자로 재보면 상위 7종목 66.0%에 47건인데, 이번 주 그린버그(59.9%·30건)보다 더 집중돼 있으면서 더 자주 움직였습니다.
관찰 ③ 하락에 대비한 사람은 한 명뿐이다
다섯 명 중 포트폴리오에 보험을 걸어둔 건 막스 하나입니다. 그는 나스닥100 지수를 따르는 ETF에 풋옵션을 걸어뒀고, 그 명목 규모가 포트폴리오의 5.0%입니다. 풋옵션 전체로는 8.4%입니다.
풋옵션은 값이 내려가면 이익이 나는 계약입니다. 13F에는 이런 옵션도 ‘보유’처럼 표시되기 때문에, 비중만 보고 “막스가 나스닥을 5% 담았다”고 읽으면 방향이 정반대가 됩니다. 나머지 네 명의 표에는 옵션이 전혀 없습니다 — 주식만으로 서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밸류 진영 안에서도 위험을 다루는 방식이 갈리는 지점입니다. 막스는 따로 보험을 사는 쪽이고, 게이너는 급하게 팔 이유가 없는 보험료 자금(플로트)으로 버티는 쪽이며, 그린버그는 아는 것만 적게 담아 이해의 깊이로 대응하고, 멍거 쪽은 애초에 아주 싼 값에 사둔 여유에 기대는 구조입니다.
그때(2026년 1분기), 이 다섯이 본 시장
AI 대형주가 지수를 밀어 올리던 분기입니다. 다섯 명 중 그 흐름의 한복판에 자리를 크게 둔 사람은 없습니다. 상위 목록에 빅테크가 보이는 건 게이너(알파벳 6.6%)와 로숑(알파벳 6.5%·메타 6.5%) 정도이고, 그마저 담담한 크기입니다.
대신 표를 채운 건 철도·인프라·보험·IT 유통·소비자금융·은행 같은 이름들이었습니다. 지수가 어디로 가든 각 회사의 사업이 굴러가는 속도가 성과를 정하는 구성이라는 점이 다섯의 공통점입니다.

낙관과 공포 — 많이 움직이는 것과 안 움직이는 것
😇 낙관 시나리오 · IF 천사
자주 손대는 쪽은 값이 흔들릴 때마다 싼 자리로 갈아탈 기회를 얻는다 — 막스의 신규 15·청산 17이 그 방식이다. (전략)
거의 손대지 않는 쪽은 거래비용과 세금을 아끼고, 오래 복리로 굴러갈 시간을 번다. 멍거의 0건이 그 끝이다. (타이밍)
다섯 가지 방식이 모두 오래 살아남았다는 건, 축의 어느 위치인가보다 그 위치를 일관되게 지키는 쪽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거시)
😈 공포 시나리오 · IF 악마
많이 움직인다는 건 판단이 자주 필요하다는 뜻이고, 그만큼 틀릴 기회도 늘어난다. 거래마다 비용도 붙는다. (밸류)
움직이지 않는 것은 원칙일 수도, 다시 판단할 사람이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 — 표에서는 그 둘이 똑같이 0건으로 보인다. (타이밍)
다섯 다 살아남은 이름이라 이렇게 비교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사라진 곳은 13F를 더 이상 내지 않아 이 표에 없다. (거시)
건수는 행동의 빈도일 뿐, 옳고 그름의 지표가 아닙니다. 56건과 0건 사이 어디가 맞는지는 이 표가 아니라 각자의 다음 몇 년이 답합니다.
이 스펙트럼의 쓸모는?
다섯 명을 한 줄에 세우고 나면 남는 질문은 ‘누가 맞았나’가 아니라 ‘나는 어느 쪽에 서 있나’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다섯 명 중 가장 적게 움직인 쪽은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먼저 갖추고 있었습니다. 멍거 쪽은 금융위기 직후 아주 싼 값에 담았고, 게이너는 고객이 빼갈 수 없는 보험 자금으로 굴립니다. 반대로 남의 돈을 맡아 성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자리라면, 가만히 있는 선택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오래 들고 가라’는 조언이 개인에게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버티는 능력은 의지가 아니라 조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고, 그 조건은 표에 적히지 않습니다.
글쓴이 한마디 — 이번 주 다섯 편을 쓰면서 가장 오래 들여다본 숫자는 멍거의 0건이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분기라 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정작 다섯을 나란히 놓고 보니 그 0이 나머지 넷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기준점이 되더군요. 무엇을 했는지만큼이나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도 데이터라는 걸, 표 다섯 개를 겹쳐놓고서야 알았습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이번 주 다섯 명은 56건(막스) → 52건(게이너) → 47건(로숑) → 30건(그린버그) → 0건(멍거)으로 늘어섭니다. 건수가 비슷해도 게이너는 대부분 사는 쪽, 로숑은 대부분 파는 쪽이었고, 막스는 구성을 갈아 끼우면서 유일하게 하락에 보험을 걸어둔 사람이었습니다. 집중도가 높을수록 덜 움직이는 경향이 이 다섯에서는 나타났지만, 지난 특집의 댄 로브를 같은 자로 재보면 그린버그보다 더 집중돼 있으면서 더 자주 움직였습니다 — 경향일 뿐 규칙은 아닙니다.
오늘 저녁에는 이 다섯 명 가운데 멍거가 포트폴리오의 40%를 실은 은행을 봅니다 — 같은 종목을 두고 버핏·리 루와 방향이 갈린 뱅크오브아메리카입니다. 내일 저녁에는 다음 주 미국장을 미리 살펴보는 주간 브리핑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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