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번 주 아침마다 거장 한 명의 2분기 13F를 봤습니다. 월요일 레이 달리오로 시작해 찰리 멍거·댄 로브·스탠리 드러켄밀러를 거쳐 오늘 아침 칼 아이칸까지 다섯 장입니다.
다섯 장 모두 같은 서식입니다. SEC가 정한 13F-HR 한 장에, 6월 30일 기준 보유 종목과 주식 수와 평가액을 적습니다. 칸도 같고 마감도 같습니다.
그런데 나란히 놓고 보니, 다섯 사람이 이 한 장으로 서로 다른 것을 적고 있었습니다.

다섯 장을 나란히 놓으면
| 거장 | 표 크기 | 석 달 동안 매매 | 이 표를 한 줄로 말하면 |
|---|---|---|---|
| 레이 달리오 | 243.8억 달러 | 1,200번 | 4분의 1이 S&P500 ETF |
| 칼 아이칸 | 82.6억 달러 | 4번 | 83.3%가 자기 계열 회사 |
| 스탠리 드러켄밀러 | 52.1억 달러 | 98번 | 16.4%가 주식이 아니라 콜옵션 |
| 댄 로브 | 46.8억 달러 | 39번 | 청산 9건 중 5건이 반도체 |
| 찰리 멍거 | 2.57억 달러 | 0번 | 네 종목이 전부 |
매매 횟수만 보면 1,200 대 0입니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숫자죠.
그런데 오른쪽 칸을 읽어 보면, 이 다섯 장은 애초에 서로 다른 문서라는 게 드러납니다. 하나는 지수 배분표이고, 하나는 지분 명세서이고, 하나는 가격표입니다.
아이칸 — 표의 83%가 자기 회사입니다
칼 아이칸의 표는 12종목이 전부이고, 상위 셋(IEP·CVI·UAN)이 모두 자기 계열입니다. 셋을 합치면 83.30%이고, 1위인 지주회사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하나가 53.95%입니다.
이 표에서 ‘매수’는 남의 회사를 고른 행위가 아닙니다. 석 달 동안의 가장 큰 움직임은 자기 회사를 6,900만 주 더 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한 장은 종목 선택의 기록이라기보다 자기 지주회사 지분이 어떻게 움직였는지의 명세에 가깝습니다. 다른 네 장과 같은 칸에 적혀 있을 뿐입니다.
이번 주 다섯 표 가운데 유일하게 줄어든 표(−3.4%)이기도 합니다.
멍거 — 0번 사고팔았는데 표는 다 바뀌었습니다
데일리 저널의 표는 네 종목, 2억 5,666만 달러입니다. 석 달 동안 매매가 0건이라 주식 수는 1분기와 한 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중은 전부 움직였습니다.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격차가 6.23%p에서 1.10%p로 좁혀져 1위가 바뀌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가 2분기에 17.5% 올랐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는 비중이 3%포인트 가까이 내렸지만 195,000주 그대로입니다. 주가가 22.8% 내린 결과일 뿐입니다.
이 표에서 움직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장입니다. 그래서 이 한 장은 판단의 기록이 아니라 가격표에 가깝습니다.
같은 착시를 1,200번 움직인 표도 만들었습니다. 달리오의 AMD·램리서치·EWY는 주식을 팔았는데도 비중이 올랐습니다. 왜 그런지는 함정 ②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달리오 — 1,200번 움직이고 표의 4분의 1을 지수에 뒀습니다
브리지워터의 표는 243.8억 달러로 이번 주 다섯 장 중 가장 큽니다. 석 달 동안 1,200번 움직였고, 1분기 1,255번과 거의 같으니 평소의 속도입니다.
숫자만 보면 가장 부지런한 표입니다. 그런데 1·2·8위가 전부 S&P500 ETF이고 합치면 26.8%입니다. 1분기 두 상품 합 20.48%에서 오히려 더 두꺼워졌습니다.
1,200번을 움직이면서 표의 4분의 1은 지수에 맡겨 둔 것입니다. 개별 종목에서는 에너지와 금을 늘리고 아마존·반도체를 줄였습니다.
이 표를 ‘종목을 고른 기록’으로 읽으면 절반을 놓칩니다. 4분의 1은 애초에 고르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로브와 드러켄밀러 — 다섯 중 둘만 같은 곳을 봤습니다
이번 주에 방향이 겹친 것은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서드포인트는 청산 9건 가운데 5건이 반도체였습니다 — 엔비디아·브로드컴·KLA·램리서치와 반도체 ETF. 다만 TSMC는 그대로 두었고, 신규 쪽에 데이터센터 둘과 부품·계측 셋을 담았습니다. 표는 석 달 만에 2.25배가 됐습니다.
듀케인의 청산 23건 안에도 마이크론·인텔·브로드컴이 있습니다. 역시 TSMC는 남겼고 데이터센터를 새로 담았습니다.
영문 티커를 누르면 복사됩니다 — 증권 앱 검색창에 붙여넣어 보세요.
| 구분 | 댄 로브 | 드러켄밀러 |
|---|---|---|
| 비운 것 | 엔비디아 · 브로드컴 · KLA · 램리서치 | 마이크론 · 인텔 · 브로드컴 |
| 남긴 것 | TSMC | TSMC |
| 새로 담은 것 | 데이터센터(APLD·CORZ) | 데이터센터() · Hut 8() |
반도체를 떠난 게 아니라 어느 반도체냐를 바꾼 것입니다. 계산 칩을 덜어내고, 그 칩이 돌아갈 건물과 부품 쪽으로 옮겼습니다.
다만 드러켄밀러의 표에는 로브에게 없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16.4%가 주식이 아니라 콜옵션이라는 점입니다. 같은 방향을 보더라도 형태가 다르면 기한이 붙습니다.
”거장들이 샀다”는 문장이 반쪽인 이유
이번 주 다섯 장을 다 보고 나면, 다섯을 하나로 묶는 문장이 잘 안 만들어집니다.
- 아이칸의 매수는 자기 회사였습니다.
- 멍거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 달리오는 1,200번 움직였지만 4분의 1은 지수입니다.
- 로브와 드러켄밀러만 같은 방향을 봤고, 그마저 형태가 달랐습니다.
다섯 중 둘입니다. 그런데 기사에서 흔히 보는 문장은 “거장들이 반도체를 팔고 데이터센터를 담았다”처럼 다섯을 하나로 묶습니다.
그리고 이 다섯은 이 블로그가 고른 다섯입니다. 다른 다섯을 골랐다면 다른 문장이 나왔을 겁니다. 누구의 13F를 골라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문제는 오늘 오후 입문 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① 표가 무엇을 재고 있는지 먼저 봅니다. 지분 명세서인지, 지수 배분표인지, 종목 선택의 기록인지에 따라 같은 칸이 다른 뜻이 됩니다.
② 매매 횟수는 성실함의 지표가 아닙니다. 1,200번과 0번이 같은 종류의 비중 착시를 만들었습니다.
③ 겹친 것만 ‘컨센서스’라고 부릅니다. 이번 주에 겹친 건 TSMC를 남긴 두 사람뿐입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이번 주 다섯 장의 13F는 같은 서식이었지만 서로 다른 문서였습니다. 아이칸의 표는 83.3%가 자기 계열이라 지분 명세서에 가깝고, 멍거의 표는 매매 0건이라 순수한 가격표이며, 달리오의 표는 1,200번을 움직이고도 4분의 1을 지수에 두었습니다.
방향이 겹친 것은 로브와 드러켄밀러 둘뿐입니다 — 미국 대형 반도체를 비우고 TSMC는 남기고 데이터센터를 담았습니다. 다만 드러켄밀러 쪽은 16.4%가 콜옵션이라 기한이 붙어 있습니다.
“거장들이 샀다”는 문장을 만들기 전에, 그 다섯 명이 같은 것을 적고 있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이번 주에는 다섯 중 둘이었습니다.
서미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