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데이터와 자료를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블로그는 거장을 한 명씩, 종목을 하나씩 봐왔습니다. 오늘은 각도를 바꿔 28명의 13F를 한 표에 겹쳐놓고 봅니다. 개별 글에서는 보이지 않던 게 하나 나옵니다 — 서로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이 같은 분기에 같은 종목을 동시에 비우거나 동시에 담은 자리들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셋이 함께 나간 종목입니다. 워런 버핏·마이클 버리·레이 달리오 — 투자 방식이 이보다 다르기 어려운 세 사람이 같은 분기에 유나이티드헬스를 전량 청산했습니다.

셋 이상이 함께 버린 종목
영문 티커를 누르면 복사됩니다 — 증권 앱 검색창에 붙여넣어 보세요.
| 종목 | 청산한 거장 | 무슨 회사인가 |
|---|---|---|
| 유나이티드헬스 () | 버핏 · 버리 · 달리오 | 미국 최대 건강보험 |
| 인튜이트 () | 우드 · 스미스 · 달리오 | 세무·회계 소프트웨어 |
| 비바시스템즈 () | 우드 · 콜먼 · 달리오 | 제약사용 클라우드 |
| 로켓컴퍼니 () | 라폰트 · 로브 · 달리오 | 주택담보대출 |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네 줄 모두에 달리오가 있습니다.
브리지워터는 1,000종목이 넘는 포트폴리오를 굴리고, 한 분기에 수백 건을 사고팝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종목을 골라도 달리오가 목록에 들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표에서 그의 이름은 ‘이 종목을 나쁘게 봤다’는 신호라기보다 기계적인 조정의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겹침을 합의로 읽을 때 가장 먼저 걸러야 할 이름인 셈입니다. 실제로 달리오를 빼고 보면 위 네 줄은 모두 ‘둘이 겹친 자리’로 내려앉습니다.
그래서 진짜 의미가 있는 건 성격이 다른 사람끼리 겹친 경우입니다. 유나이티드헬스가 그렇습니다 — 버핏은 오래 보고 크게 사는 쪽, 버리는 역발상과 하락 베팅으로 알려진 쪽입니다. 접근이 정반대인 둘이 같은 분기에 같은 종목을 비웠습니다.
유나이티드헬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이 회사는 최근 2년 사이 이 시리즈에서 다룬 어떤 종목보다 크게 흔들렸습니다. 2024년 말 자회사 최고경영자가 피살되는 사건이 있었고, 이후 실적 부진과 최고경영자 교체가 이어졌으며, 메디케어 청구 관행을 둘러싼 법무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가는 사상 최고가에서 반토막 넘게 내렸습니다.
버크셔가 이 종목을 처음 담은 건 그 하락의 한복판이었습니다. 2025년 2분기에 약 500만 주를 사들였고, 당시 주가는 271달러 안팎으로 15년 만의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규모는 약 16억 달러(약 2.3조 원)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분기에 그 전량을 팔았습니다. 13F 기준일 무렵 주가는 394달러 부근으로, 매수 구간에서 45%가량 오른 자리였습니다. 세 분기 만의 정리였고,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지금 이끄는 사람은 그레그 아벨입니다.
버리와 달리오가 같은 분기에 나간 이유는 13F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세 사람의 매수 시점과 이유가 각자 달랐을 가능성은 남습니다 — 표에는 ‘나갔다’는 결과만 같게 찍힙니다.
셋 이상이 함께 담은 종목
| 종목 | 신규 매수한 거장 | 무슨 회사인가 |
|---|---|---|
| 샌디스크 () | 드러켄밀러 · 테퍼 · 달리오 | 낸드 메모리 |
| 브로드컴 () | 드러켄밀러 · 우드 · 로브 | AI 반도체 |
| 알파벳 () | 혼 · 로브 · 만델 | 검색·클라우드 |
| 메르카도리브레 () | 밀러 · 콜먼 · 게이너 | 중남미 이커머스 |
| 노르웨이지안 () | 클라먼 · 싱어 · 달리오 | 크루즈 여행 |
담는 쪽에서는 메모리와 반도체가 눈에 띕니다. 샌디스크와 브로드컴에 각각 셋이 새로 들어왔고, 이 둘은 성격이 다릅니다. 브로드컴이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든다면, 샌디스크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 메모리 쪽입니다. 지난주에 본 램리서치가 그 메모리를 만드는 장비였으니, 같은 사슬의 서로 다른 층에 자리가 생긴 셈입니다.
밸류 계열로 분류되는 빌 밀러·체이스 콜먼·토마스 게이너 셋이 나란히 담은 메르카도리브레도 눈에 띕니다. 같은 종목을 마이클 버리는 이번 분기에 청산했습니다.

정확히 갈린 종목 — 비자
겹침을 보다 보면 반대편도 보입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정확히 같은 수로 맞선 종목이 있습니다.
| 비자 () | 이번 분기 |
|---|---|
| 새로 담았다 | 세스 클라먼 · 필립 라폰트 |
| 통째로 비웠다 | 워런 버핏 · 글렌 그린버그 |
비자는 이 시리즈에서 ‘해자가 깊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받은 종목 중 하나입니다. 크리스 혼이 포트폴리오의 20.4%를 실었고, 척 아크레·테리 스미스도 큰 자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분기에는 클라먼과 라폰트가 새로 들어오는 동시에 버핏과 그린버그가 통째로 비웠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분기, 같은 공개 정보를 두고 정반대 결론이 나온 자리입니다. 13F는 어느 쪽이 맞는지 말해주지 않고, 각자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사실만 남깁니다.
낙관과 공포 — ‘겹침’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낙관 시나리오 · IF 천사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결론에 닿았다면, 그 종목에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 함께 살펴볼 출발점은 된다. (전략)
겹침 목록은 개별 글에서 놓친 이름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샌디스크처럼 상위 목록에 없던 종목이 이렇게 드러난다. (발견)
반대로 갈린 자리(비자)는 한쪽 논리만 듣지 않게 해준다. 양쪽이 다 보이는 종목이 오히려 공부하기 좋다. (균형)
😈 공포 시나리오 · IF 악마
겹쳤다고 합의가 아니다 — 1,000종목을 굴리는 곳의 기계적 조정이 섞이면 ‘셋이 동시에’라는 말은 쉽게 부풀려진다. (착시)
13F는 분기말 한 장면이고 45일 뒤에 공개된다. 겹침을 확인한 시점에는 이미 각자 다른 곳에 서 있을 수 있다. (시차)
같은 행동이라도 이유는 제각각이다 — 누구는 값이 올라서, 누구는 판단이 바뀌어서, 누구는 자금이 빠져나가서 팔았을 수 있다. (해석)
겹침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같은 칸에 이름이 모였다는 사실은 ‘왜’를 찾아보라는 신호일 뿐, 그 자체가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표의 쓸모는?
28명을 한 표에 모아보고 남은 건 숫자를 셀 때 무엇을 걸러야 하는가라는 감각입니다.
‘거장 몇 명이 샀다’는 문장은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에는 1,000종목을 굴리는 곳의 자동 조정과, 열 종목만 들고 있는 사람의 신중한 한 수가 똑같이 한 표씩으로 들어갑니다. 이번 표에서 달리오를 걸러내자 ‘셋이 겹친 자리’가 대부분 ‘둘’로 줄어든 게 그 예입니다.
반대로 성격이 다른 사람끼리 겹친 자리는 여전히 눈여겨볼 만합니다. 유나이티드헬스에서 버핏과 버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처럼요. 다만 그것도 ‘같은 이유였는가’는 표 밖의 질문으로 남습니다.
글쓴이 한마디 — 이 표를 만들면서 가장 오래 망설인 부분은 달리오를 어떻게 다룰까였습니다. 빼고 세면 깔끔한 그림이 나오지만 자의적이고, 넣고 세면 ‘셋이 동시에’라는 문장이 실제보다 커집니다. 결국 둘 다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숫자를 세는 방식이 결론을 만든다는 걸, 이번만큼 뚜렷하게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28명의 2026년 1분기 13F를 겹쳐보면 유나이티드헬스를 버핏·버리·달리오가 함께 비웠고, 샌디스크·브로드컴·알파벳·메르카도리브레에는 각각 셋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비자는 둘이 담고 둘이 비워 정확히 갈렸습니다. 다만 겹침 목록의 상당수에 1,000종목을 굴리는 브리지워터가 들어 있어, ‘몇 명이 샀다’는 숫자는 누가 세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이번 주 미국장을 미리 살펴보는 주간 브리핑이 이어집니다. 거장들의 13F는 내일부터 다시 계속됩니다.
서미누기